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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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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58 조회2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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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 : 새해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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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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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공무 집행'을 위해 구 도심의 폐허로 향한 제 1 철거반. 미노광(28세,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과 조양호(38세, 엘리벨론의 딥드워프)가 '마법봉 깎는 노인'을 찾아간 사이, 제 1 반의 나머지 인원은 본래 목적인 '불법 점거된 부지'를 철거하러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엘리벨론의 시민단체, 평등한의료복지연대 소속 하플링인 한아름 변호사의 제지로 작업에 착수하지조차 못한 채 일단 물러나게 된다.

데몬스폰과 언데드들이 불법 점거이자 몇 안되는 삶의 터전을 붙잡고 있는 구 도심. 김석용(34세, 베후멧의 회색 드라코니언)은 천운정(29세, 베후멧의 텐구)에게 한때 구 도심에서 살았던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며 과거 회상에 잠긴다. 루고누 신자들이 벌인 대규모 테러와 그 아비규환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철거업에 매진하며 가족의 돌연변이 치료비에 쓴 빚을 갚기를 9년째. 운정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현실로 돌아온 석용은 한때 가족과 함께하던 바로 그 자리를 바라본다. 그곳엔 오직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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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황야.


고자그의 황금그룹이 공단을 차렸다가 폐기한 곳.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 바닥에 몸 담고 있다 보면 흥미로운 얘길 자주 듣게 되는 편이죠."


대법이 필터 마스크 끈을 조이며 말했다. 무릎에는 인상적인 외형의 헬멧까지 올려져 있었다. 업화 철거소 제 1 철거반의 작업차량 지그문트는 자욱한 먼지구름을 뚫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저저번 정부, 그러니까 자유황금당이 집권했을 때 얘깁니다. 이 자리가 원래 유적지였다는 건 알고들 계실테죠."


대법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 까마득한 황야를 내려다보며 운을 뗐다. 허연 소금이 대지를 이루고, 그 위를 먼지가 흐르고 있었다. 무거운 먼지는 아래로 내려가, 물결치며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가벼운 먼지는 위로 향하여, 안개 내지는 구름을 이루고 있었다. 노광은 언젠가 상만이 학창시절 그리곤 했던 케토블레파스 데생을 떠올렸다.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케토블레파스와 바실리스크는 마법적 동물들 중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손꼽혔다), 석화구름 속에서 위풍당당하면서도 신비롭게 고개를 든 케토블레파스의 그림은 - 더없이 강인한 모습이었다. 설령 그림일지라도.


이제와 그것이 생각나는 까닭은, 차창 너머 펼쳐진 먼지의 바다, 먼지의 안개가 꼭 케토블레파스의 시체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었다. 케토블레파스가 죽으면 어찌 되는지 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 그러나 이 기시감 - 상상력과 직관이 엉킨 무언가는, 이 풍경이 멸종 위기에 처한 케토블레파스의 마지막 한숨이 아니던가,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노광은 그 느낌과 이 풍경이 어째선지 익숙하게 다가왔다.


"선신 계열 정당과 달리, 자유황금당은 이곳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없었습니다. 한때 불경한 땅이었다고는 해도 몇 세기 전 얘긴데, 유물 출토를 비롯한 고고학적 작업도 끝난 땅을 그냥 내버려둔다는 건 자유 시장의 뜻이 아닐테죠."


대법이 설명을 계속했다.


"여기까지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얘기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조심스레 여쭤보는 거지만, 혹시 강령술 배워보신 분 계십니까?"


아무도 없었다. 노광은 미노타우로스답게 마법보다는 물리력이 의존했고(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졌다), 석용도 대지술 약간에 변이술과 부여술 조금이 전부였다. 사손은 포미시드답게 굴파는 일에 집중했고, 그나마 체이브리아도스의 트롤인 지연이 강령술-그것도 아주 약간-을 배운 편이었다.


그에 반해 대법은 누구에게도 직접 쓰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죽음의 문턱(Death's door)을 배웠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허약한 딥엘프가 그 연차에 아직도 현장직을(그것도 워커홀릭으로) 뛴다는 건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소리였다.


"강령술 중에 오싹한 불꽃(ghostly fire), 또는 유령화염(spectral flame)이라 부르는 걸 일으키는 주문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불경한 주문이라 여겨져 도시가 세워지기 전부터 실전된 주문이었지만. 이곳은 다르죠."


한때, 소금의 황야(Desolation of Salt)라 불리던 이곳에서 고자그의 자유황금당은 공단 설립과 함께 강령술 연구에 나섰다. 그것도 선신들, 특히 빛나는 자라면 아주 치를 떠는 '살아있는 신' 셰자와 사르골 쌍둥이(Sheza and Sargol, the Twins)의 것을. 노광은 언젠가 역사 시간에 쌍둥이 신의 폭정과 이를 보다 못한 선신들의 성전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학교 공부에 큰 관심이 없던 노광이었지만 이 이야기만큼은 기억이 또렷했는데, 이름없는 영웅의 던전 탐험과 더불어 가장 잔혹하고 유례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선신 신앙이 있던 곳이라면 어디에나 쌍둥이 신의 이야기가 구비로 전승되었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어떤 전승에서는 쌍둥이가 반신족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강령술에 능한 쌍둥이는 죽은 자를 부활시켜 죽어도 계속 제국을 위해 노동하도록 부렸다고 한다. 한 나라에서 전국 단위로 사자 소생과 노역을 반복한 경우는 그들뿐이었다고 한다. 이레데렘눌이나 키쿠바쿠드하를 신봉하던 국가들은 그것을 종교적 의례로 여겼지, 거대 제국의 설립과 유지를 위한 노동력으로 쓴 경우는 없었다.


역사 속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대규모로 강령술을 쓸 땐, 기껏해야 군사적 목적이었는데, 그마저도 유지가 까다로워(강령술의 제 1 원칙 : 소생된 존재는 반드시 부패하여 먼지가 된다) 전시에나 즉석에서 현장 동원되는 마법이었다. 그러나 셰자와 사르골 쌍둥이는 비범하게도 휘하의 마법사들을 모조리 리치화시켜, 할라지드 마도사(Halazid warlock)라는 이름으로 제국의 정복 전쟁과 그 후 필연적으로 뒤따를 토목 공사, 사회기반시설 구축, 지방 행정관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관료로 운용하였다.


이름없는 영웅이 도시를 세우기 전까지, 이러한 근대적 관료 체제는 진 신앙이 정말 강하게 번성했던 몇몇 시기에서나 등장할 정도로 드물었고, 하물며 강령술로 이를 해냈다는 건 쌍둥이 신의 제국이 유일했으며, 그들이 가장 오래된 사례이기도 했다. 민주사회의 도래 이전까지(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이러한 관료 체제는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기점이기도 했다. 이들 리치-관료(lich-crat) 계층은 제국의 몰락과 함께 소금 속으로 사라졌지만, 탈출에 성공한 몇몇은 훗날 쿠푸 왕조가 될 사막의 토호 세력이 되었고, 권력층의 언데드화라는 관습은 불완전하게나마 이어져, 미라화 전통이나 뱀파이어 귀족들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선신들은 이런 제도적이거나 문화적인 측면에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강령술은 세상에 없어져야 하는 사악한 학문이었고, 그 목적과 의도는 상관없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강령술을 아주 뿌리 뽑는 것은 어려웠고, 대부분 강령술을 사장시키거나 견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단 한 번, 엘리벨론조차 무력 행사를 거들 정도로 거센 성전이 일었던 것이 쌍둥이 신의 제국과 벌인 전쟁이었다.


제아무리 살아있는 신이라 불릴 정도로 강인한 존재라 할지라도, 진짜 신격이 몸소 개입하는 것을 어느 필멸자가 버틸 수 있겠는가? 빛나는 자의 불길이 제국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자, 진은 그 위에 소금을 뿌렸다. 마지막으로 엘리벨론이 이 땅으로부터 생명과 평화를 거두어가자, 한때 번성했던 제국은 오직 소금만이 펼쳐진 황야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펼쳐진 황야는 너무나도 방대했고, 인근 지역의 힘의 균형이 무너짐에 따른 치안 붕괴와 환경 파괴가 이어짐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악영향이 컸다. 전세계를 주름잡던 거대한 제국이 순식간에 무너졌는데, 그 반동이 없을리가 없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선신들에겐 초보적인 정치적 안목마저 없었다.


그때부터 선신들은 아무리 필멸자가 악행을 벌이더라도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닌 필멸자의 손으로 해결토록 방침을 바꿨다(그 전까진, 문자 그대로 진의 분노가 문명을 이루지 못한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내리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지를 필멸자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만든 종복이 바로 천사들이라고 한다. 빛나는 자는 정화의 불꽃으로 천사를 빚으며 자신의 분노가 서린 무기를 쥐어주었고, 진은 계시를 내려 필멸자에게 문명과 십일조의 언약을 맺었다. 그 둘이 미처 채우지 못한 공백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엘리벨론이 감싸주는 식으로, 선신들은 각자 세상에 자기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쌍둥이 신의 리치-관료였던 할라지드 마도사는 바로 그 오싹한 불꽃을 다룸으로써 제국 전역을 공포로 다스렸다고 합니다. 제국의 노예들은 누구나, 살아있건 죽어있건 간에 할라지드 마도사의 주문 한 번에 오싹한 불꽃으로 타오르며 재와 먼지만을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워진 제국의 강령술에 자유황금당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집단 리치화나 언데드 노동자가 아니라, 오싹한 불꽃에 말이다.


"자유황금당이 주목한 점은, 할라지드 마도사와 연결된 존재라면 그것이 생명체이건 언데드이건 인공물이건 상관없이 모두 오싹한 불꽃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뭐든지 연료로 쓸 수 있다, 그런 얘기에요?"


사손이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말했다. 대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할라지드 마도사를 관리자라고 치면, 관리자는 자기 관할 아래 있는 무엇이든지 오싹한 불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화석 연료보다 훨씬 연비가 좋은 방법이죠."


"그렇겠지. 당장 자동차 엔진에 점화 플러그 같은 걸 그런 식으로 바꾸면..."


석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쉴 필요가 없는 회색 드라코니언임에도, 그 역시 마스크에 헬멧까지 쓸 준비를 마친 다음이었다.


"아무튼, 자유황금당이 이곳에 조성한 공단은 사실상 연구단지를 겸했죠. 그때까지 은빛당과 대리석당은 서로 알력 다툼에 여념이 없었고, 자유황금당의 연구는 성황리에 박차를 가했다가..."


"짜잔! 뭔가 일이 꼬인거죠. 그렇죠?"


사손이 다시 말을 가로채며 오른쪽-윗다리를 쩔걱거렸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하게 꼬였죠."


노광은 그 긴 대화가 이어지도록 아무런 대꾸 없이, 차창 너머로 펼쳐진 먼지의 황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법은 그런 노광의 어깨(미노타우로스 치고도 굉장히 듬직한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어떻게, 계속 보고 계시니까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아."


스쳐 지나가는 감정. 허무함. 공허함. 자아비관. 그러나 그럼에도 흘러간다는 무상함. 떠오르는 생각? 딱히 없었다. 단지 하염없이 펼쳐진 저 먼지의 바다 속에서 무엇을 보게 될 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그냥... 숨이 턱턱 막히는데요."


"음. 정상이군요. 뒷이야기는 내려가면서 하죠. 다들 보호구 제대로 끼셨는지 확인하시고."

제 1 반의 철거 작업자는 모두 각기 다른 모양새의 필터 마스크를 뒤집어쓴 다음, 그 위에 헬멧까지 썼다. 처음 한두번은 바이저에 김이 서리다가도 곧 깨끗해졌다. 노광으로선 원리는 모르겠지만, 분명 현대 사회의 발동술이 자아내는 또다른 기적이자, 일상이 된 기적일테지 싶었다. 바이저 너머로, 차창 너머로 아득한 저 황야, 오직 먼지와 소금뿐인 저 수평선이 보였다. 그곳은, 이런 기적이라도 없으면 감히 숨조차 쉴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또한, 현대 문명이 빚어낸 곳이었으니.

노광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헬멧에 뿔이 걸리지 않는지 확인해보고, 두터운 작업복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제대로 밀폐되었는지를 확인했다. 이곳의 먼지는 죽음의 먼지라는 별명이 있었다. 자유황금당이 정권을 잡았을 적에 강령술 실험이 빈번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이곳 미세먼지의 황야 또한 그 부산물이라는 것 정돈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음에너지를 연상케 하는 죽음의 먼지. 어지간히 철저한 방비 없인 순식간에 파고들어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 미세한 죽음. 언데드 중에서도 아예 육체가 없는 부류만이 여기서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수 차례에 걸친 게이트가 정권 교체를 가져오고, 엘리벨론 신도들의 대리석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언론에 보도된 것은 철저히 죽음의 땅이 되버린 황야였다고 한다. 노광이 태어나기 전 일이지만, 대리석당은 집권 초기부터 많은 시간과 예산을 황야로부터 불어올 먼지 폭풍을 막을 방법을 찾는 데 소모했다고 한다. 아무리 도시와 먼 땅의 이야기일지라도, 바람은 어디로든 부는 법이니 모든 곳을 막아야 했다.

도시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은둔중이던 콰즈랄 신도들의 도움과, 수많은 공기 정령과 물 정령을 이용한 포집기를 대거 배치함으로써 먼지 폭풍을 막을 순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황야에 남아 있을 공단과 각종 시설물은 그대로 버려져, 잊혔다. 대리석당의 빈약한 정치적 역량은 이후 도시 내부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이 한계였고, 이를 타개하고자 도전했던 제 2도시 계획은 대리석당의 관용 정책 아래에서 퍼져나간 루고누 신도들의 테러로 인해 무참히 좌절되었다. 다소 엄격하고, 많이 불친절할지라도, 은빛당이 정권을 잡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맥락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황금당도, 대리석당도,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은빛당도 그 어느 정치세력도 도시 사람들에게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도시는 언제나 크고작은 갈등에 신음했고, 분열과 대립이 위태위태하게 그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오직 물질만이, 오직 돈만이 행복은 몰라도 안정을 약속했다.

그것은 신앙도 아니었고, 정신도 아니었으며, 문화도 사상도 아니었다. 그저 쫓겨날 걱정 없이 누울 수 있는 집과, 가끔씩 치킨을 시켜 먹을 정도의 식생활. 감기 정도는 참고 버텨도 독감이라면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할 의료 수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과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 그 모든 일이 설령 남에게 피해를 끼칠지라도, 이에 둔감해질 수 있는 자유. 눈을 감을 권리. 비웃고, 자조하며, 그럼에도 하루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삶. 현대 사회가 된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인격체라 여기는 모두가 그런 삶을 영위한다. 이런 삶을 영위한다.

노광은 감압 밸브는 제대로 잠겼는지, 무전기는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점검했다. 기계적인 동작이었으나, 살아남기 위한 동작이었다. 거추장스럽지만 필수적이었다. 필터가 수축하고, 팽창하며, 인공적으로 걸러진 공기를 내뱉었다. 그러면 노광은 그 공기를 도로 마시고, 다시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것이었다. 노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저 속에 갇힌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장구를 모두 갖춘 제 1 철거반의 작업반장, 베후멧의 딥엘프, 대법이 이를 확인하고선 튼튼한 고분자 합성 비닐로 된 밀폐 커튼을 쳤다. 마치 우주로 나서는 우주비행사들처럼, 그들은 지그문트의 육중한 철문에 달린 밸브를 열어 에어록을 열듯 문을 열었다.

오직 먼지와 소금뿐인 황야가 그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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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미세먼지 조심하십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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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황야(Desolation of Salt)는 후반부 미니 던전으로, 벽 대신 구름으로 시야가 가려진 곳입니다.
Halazid warlock.png
할라지드 마도사(Halazid warlock)은 여기서만 등장하는 고유 몹입니다.
아군 하나를 스마이트형으로 지정해서 3*3 음에너지 폭발을 일으키는 언데드(분류상 리치)소환사입니다.

* 카타클) 단편 : 마지막 레이저총이 반짝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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