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18 > 돌죽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설문조사

최근 삭제죽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18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46 조회176회 댓글0건

본문

프롤로그
https://gall.dcinside.com/rlike/98292
0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36
02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373
03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8763
04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233
05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310
06편
https://gall.dcinside.com/rlike/99955
07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348
08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0582
09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1049
10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2174

11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2325
12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3867
13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4842
14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09939
15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0073
16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1767
17편
https://gall.dcinside.com/rlike/111768

지난 이야기 : 노광(미노타우로스, 남, 트로그의 신도, 28세)은 동료들과 함께 점심 약속에 가기 전, 석용(회색 드라코니언, 남, 베후멧의 신도, 38세)이 미처 챙겨오지 못한 안전모를 챙기러 철거 현장에 들어선다. 잔해 아래 잿더미 속에서 안전모를 집어든 순간, 노광은 그동안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운정(텐구, 여, 베후멧의 신도, 29세)와 마주치게 된다. 스스로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던 노광의 말은 단 두어 마디로 운정을 격하게 자극했고, 노광을 향해 번갯불이 스쳐 지나가는 상황이 닥치는데...


-------


미노타우로스들은 멍청하다. 정확히 해두자면 남자들은 멍청하다. 운정은 그것을 일찍이 그녀가 철들기 전부터 깨달을 수 있었다. 집안 대대로 베후멧을 믿으면서 정작 제대로 된 신앙심이라곤 한 가닥도 없이 베후멧을 믿어야 제대로 된 파괴마법사라는 그 사실 하나만에 집착하던 늙은이들. 허구한 날 술판이나 벌이면서 요즘 파괴마법사들은 열정이 없다고 궁시렁거리는 노친네들의 술시중을 들던 것은 언제나 그녀의 할머니, 외할머니, 어머니, 숙모, 사촌언니, 심지어 아직 날개조차 제대로 펴기 어려워하는 여동생들의 몫이었다. 술판이 제대로 벌어진 날이면, 그녀의 남자 피붙이들은 고래고래 악을 질러대며 두꺼비집이 내려갈 때까지 마구잡이로 정전기를 튀기곤 했다. 운정이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질색하게 되고 매사에 예민해진 것은 그런 날들이 너무나도 많이, 거의 노이로제에 시달릴 정도로 반복된 탓이었다. 그런 날마다 마찬가지로 노이로제에 시달렸을 운정의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화풀이하기 일쑤였고, 운정의 외할머니는 왠지 모르게 어머니에게 씁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운정과 그녀의 자매들이-그녀는 남자 형제 없이 다섯 자매 중 셋째였다-집안 어른들의 번갯불 소동에 휘말릴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는 항상 울분을 터뜨리며 자식들의 타버린 깃털들을 뽑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정의 남자 피붙이들은 집 밖에선 꽤나 인정받는 이들이었다.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고위직 연구원부터 시작하여 저명한 파괴마법 내지는 대기마법 교수, 은빛당원이자 시 의회 안보 상임 위원회의 요직을 꿰찬 정치인, 은빛그룹이나 고자그의 신도들 아래에서 일하며 억대 연봉을 꼬박꼬박 타오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남자 친척들은 텐구 특유의 카리스마와 고고함을 앞세워, 선신이나 고자그의 신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윤택한 지위까진 올라설 수 있었다. 물론, 집안에만 돌아오면 복부비만이 온 나머지 날아다니는 것마저 힘겨워하며 애들한테 잔심부름이나 시키는 아저씨들이었지만 말이다. 텐구들의 카리스마라고 불리우는 그 거만함과 정복욕은 집 밖에선 당당하고 포부있게, 신들의 권위마저도 무시하며 호기롭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일테지만, 집 안에선 그저 역겨운 모습일 뿐이었다. 남자들과 같은 천성을 지닌, 마찬가지로 권위를 무시하고 자기주장에 능했어야 할 텐구 여성들은 남자들에 의해 그 천성이 억눌려져왔다. 신들의 권위마저도 코웃음치며 넘긴다고 해도, 텐구를 '가장 현대적인 종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운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보다 명석한 어머니가 주부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것을 보았다.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항상 어머니와 같은 삶은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운정에게도 꼭 자기만의 삶을 살으라 조언해주곤 했다. 운정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큰언니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댁의 집요한 강요 끝에 대기술 논문 준비를 그만두고 아이를 가졌다. 운정이 대학교에서 한창 팀플에 쫓기던 어느 날, 작은언니는 남자친구와 크게 다투다가 남자친구가 내지른 연쇄 번개(Chain Lightning)에 하반신을 다쳐 평생 휠체어 신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 쪽도 날개를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상당량 기각당했다. 운정은 비슷한 이야기를 할머니에게서, 외할머니에게서, 그리고 사고즈 판(sagoz.pann)이나 사고즈 아고라(sagoz.agora)에서-물론 좀 정신나간 허풍들도 올라오는 곳이었지만-듣곤 했다. 학창 시절 즐겨 보던 드라마에서 돈 많고 잘생긴 힐오크 재벌 3세에게 맹목적으로 반한 고아 출신 머포크 여대생이 나오는 장면을 보며 묘한 느낌이 들던 순간, 그녀의 아버지는 오랜만에 뉴스보다 드라마가 더 볼만한거 같다며 그녀와 여동생들에게 꼭 남자다운 남자를 만나라고, 아빠는 종족같은거 신경 안쓰는 현대적인 사람이라며 생색을 냈다. 그 순간 운정은 옆에서 사과를 깎던 어머니의 깃털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을 보았다. 운정이 남자들에게 품은 분노는 아마 집안 대대로 이어져내려오던 것이자, 동시에 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하고 굴복하고야 만 숙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운정이 대학을 졸업할 때, 집안에서는 한 번도 연애를 시작한 적 없는-그렇기에 대시는 많이 받던-그녀에게 서서히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운정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아버지에게 집안과 연을 끊겠다고 선언하며, 그녀에게 따지러 다가오는 아버지와 친척들에게 집안의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회오리(Tornado)를 휘둘러 쓰러뜨린 다음 유유히 도시로 잠적했다. 어머니와 여동생들, 그리고 여자 친척들은 깃털 하나 건드리지 않은, 그러나 남자들을 향해서만큼은 날개가 그대로 부러질 정도로 강력하고 정교한 회오리였다. 이 사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를 따지느라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 거하게 다툼이 일어났고, 비록 집안이 그날부로 박살나 콩가루 집안이 되어버렸지만 운정에게 있어 신경쓸 필요 없는 문제였다. 서로 책임을 물고 늘어지느라 운정에게 병원비를 청구한다는 발상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운정의 집안 남자들은 한 번 그놈의 남자다운 자존심 싸움이 붙으면 한없이 멍청해지는 작자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도시로 상경한 운정은 자연스레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대학 시절 딥엘프 교수들의 연줄로-딥엘프들은 성별이건 뭐건 간에 오직 지적인 능력만을 따졌다-대법에게 스카웃되어 손쉽게 업화 철거소의 제 1 반의 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독실한 신앙심 없이, 딱히 다른 종교에 흥미가 가지 않기에 모태신앙이던 베후멧 신앙을 유지하던 운정과는 달리, 대법은 철저하게 독실한 베후멧 신도였다. 그 탓에 처음엔 대법을 무시하던 운정이었으나, 작업 현장에서 대법의 압도적인 실력(전공서적에서나 볼법한 진동수의 분쇄 마법이라든가)을 본 다음에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 1 반의 다른 동료들은, 그녀와 함께 유이하게 여성이자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섬세한 지연을 빼면 다들 나사빠진 작자들이었다. 드라코니언은 그녀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말투를 고수했고, 언제나 은연중에 우울한 기색을 내비쳐 같이 일하기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술이라도 걸친 날이면 조울증이라도 도지는건지 엄청 들뜨거나 엄청 침울해지는 탓에 도저히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가 없었다. 포미시드는 팔다리 짤깍거리는 소리를 굳이 그렇게 요란하게 낼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 딴에는 나름대로 제스쳐라도 되는건지 쉴새없이 짤깍짤깍거렸다. 농담이랍시고 툭툭 던지는 건 그것이 들을때마다 기겁할 정도로 형편없는 농담인 탓도 있지만, 한두번 받아주니 스스로르 분위기 메이커로 여기게 되었다는 점에서 운정은 진심으로 기겁했다. 딥드워프는 그나마 나았는데, 제발 그놈의 차에다가 보기 흉한 부품들 좀 그만 달면 어디가 덧나려나 싶었다. 심지어 차에다가 이름까지 붙이다니! 운정은 매번 그 '지그문트'를 탈 때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근수근 거리고 사진까지 찍어대는 통에 진저리가 났다.


제 1 반의 남자들은 운정과 '대화'를 나누기엔 너무 무심했다. 이 점은 대법도 마찬가지였고, 또한 이 점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미노타우로스가 가장 심했다. 오, 제발 전신제모를 해서라도 털들이 떡진 채로 나타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램을, 미노타우로스는 항상 박살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배어나오는 무심함은, 학창 시절 생각 없이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던 축 늘어진 녀석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무심함이었다. 자존심은 또 쓸데없이 드세서, 미노타우로스의 긍지라느니 뭐니 하는 소리를 황소 면상에 수정판이라도 덮어씌운 듯 당당하게도 지껄이고 다닌다. 드라코니언이나 포미시드는 그래도 꼴에 오카와루 신도라고, 눈치를 여러 번 주면 늦게나마 알아차리지만 이 바보같은 미노타우로스는 머리가 뭐가 든건지, 언어 시간에 수업 안듣고 책이나 씹으며 되새김질한건지 의심될 정도로 뭐가 잘못된건지 눈치를 못챈다. 바지 지퍼라도 내리고 돌아다니는 날엔 제발 다른 남자들 아무나 좋으니까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를 기다리기까지 그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이 운정에겐 너무 긴 시간이었다. 매 순간, 모든 순간이 불편했고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지연을 붙잡고 펑펑 울던 날도 있었다. 남자들의 무심함은 고향과 다를 바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무식하고 자기밖에 모른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답답한 것은, 이걸 따지려고 드는 순간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다들 정말로 그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걸까? 운정을 괴롭히는 그 무심함의 예리한 날에 베이기에는, 그들은 정말로 그들 말마따나 '터프'하기 따름인걸까? 체이브리아도스 신도다운 여유로운 태도로, 지연은 운정의 넋두리와 푸념을 경청해주는 좋은 말벗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남자도 그런 간단한 경청조차 견디질 못하던건지, 자기가 만물박사라도 되는 것 마냥 그건 너가~해서 라며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바빴다. 당연하겠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과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말하지는 못했다.



노광은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번갯불을 피하며 급하게 기둥 뒤로 몸을 굴려 엄폐했다. 미노타우로스 치고도 꽤나 날렵한 편에 속하는 노광의 반사신경이 아니었더라면 이미 진작에 가슴팍에 몇번이고 꽂혔을 번개 화살(Lightning Bolt)들이었다. 노광은 아직도 어째서 느닷없이 공격받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왜? 운정은 언제나 알아서 점심을 챙겨먹었더랬다. 오늘도 알아서 먹고 있겠거니- 싶었는데, 왜 뜬금없이 숨어서 울고 있었으며 지금은 또 왜 뜬금없이 번갯불을 튕기고 있는가? 운정이 흐느끼면서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그 지긋지긋한 새된 목소리로 흐느끼기까지 하면 대체 어떻게 알아들으란 말인가? 또 한 발의 번개 화살이 믿을 수 없는 각도에서 튕겨오자, 노광은 즉시 생각을 멈추고 안전모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양호가 직접 공을 들인 덕에, 안전모는 유해 마법 반사 거울과 동일한 재료로 번듯하게 코팅된 상태였다. 번갯불을 튕겨낸 자국에 육각형 모양의 반투명한 막이 반짝였다. 노광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다음번 화살이 어디에서 튕겨들어올지를 따져보면서, 한편으로는 상만과 바깥의 동료들을 부를지 말지를 고민했다.

노광이 엄폐한 기둥과 운정의 흐느끼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노광은 동료들이 있는 방향을 완전히 등지고 있었다. 만약 동료들이 들어온다면, 필연적으로 운정에게 측면이나 후면을 잡힐 터였다. 그 순간 운정이 우발적으로건 의도적으로건 번갯불을 튕긴다면, 노광이 들고 있는 안전모처럼 방패 역할을 할 무엇인가나 노광처럼 재빠른 반사신경 없이는 감전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대법은 너무 먼 곳에 있어 전이-택시(telelocate-taxi)따위를 이용해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지연을 부르자니, 지연과 자신이 아직 그닥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다 체이브리아도스 신도들이 명상을 위해 시간축 밖에 있을 때엔 아무런 연락 수단도 먹히질 않으니 답이 없었다.

그렇다. 답이 없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179
    어제
    567
    최대
    2,947
    전체
    756,038
    그누보드5
    사이트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Copyright © webzook.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